오늘은 마당에 돌보지도 않고, 기대도 안했던 명자나무에 꽃이 피었다. 명자 나무는 수줍듯 보이는 꽃이 피어서 그런지 아가씨 나무라고도 한다. 꽃을 보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오른다. 아울러 누군가의 꽃이 되는 것과 반대로 무엇도 아닌 이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별이 힘든것은 이제 무엇인가가 될 수 없어서다. 할 ..